|
거위를 살리려고 밤새 묶여있었던 윤희
거위를 살리려고 밤새 묶여있었던 윤희 |
조선 세종왕조 시대 병조판서와 대제학까지 역임한 윤회(尹淮).
그가 젊은 시절의 일이다. 윤회는 시골길을 걷다가 날이 어두워져 여관에 묵게 되었다. 행색이 지저분한 그에게 주인은 투숙을 허락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그는 처마 밑에 앉아 있었다.
마당을 보니 주인집 아이가 구슬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는 실수로 구슬을 떨어뜨렸고, 구슬은 데구르르 굴러서 장독대 사이로 들어가 버렸다.
"구슬이 안 나오네..." 아이는 곧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잠시 후 거위 한 마리가 구슬을 찾아내더니 꿀꺽 삼키는 게 아닌가.
얼마 후 여관집 안방은 난리가 났다. 귀중한 흑진주를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곧 여관 주인은 윤회를 의심했다.
그가 훔친 것이 틀림없다면서 다음날 관가에 고발하겠다고 윤회를 기둥에 꽁꽁 묶어 놓았다.
윤회는 침착한 말투로 자기 곁에 거위도 함께 묶어놓아 달라고 청했다. 다음 날, 윤회를 주인이 관가로 끌고 가려고 하자 그는 우선 거위 똥을 살펴보라고 말했다. 주인이 그 말대로 하자 그 속에 흑진주가 섞여 있는 것이 아닌가?
"아, 거위가 진주를 먹었다면 그렇다고 어젯밤에 얘기를 하지.." 주인은 무안하고 미안하여 오히려 타박을 했다. 그러자 윤회는 말했다.
"만약 제가 어젯밤에 거위가 진주를 먹었다고 말했다면, 당신들은 분명 거위를 죽였을 겁니다. 하룻밤만 고생하면 거위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입이 간지러운 것을 참았지요."
- 박상우 (새벽편지 중에서) -
"그들의 손에서 그를 구원하려 하여 이르되
우리가 그의 생명을 해치지 말자"(창세기37: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