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혈관을 다이어트 하자
한의학에서 장부라고 하면 오장육부를 말한다. 그런데 오장육부 외에도 생명을 주관하는 또 다른 장기가 있다. 바로 혈관이다. 혈관은 '기이하면서도 항상된 일'을 한다고 해서 기항지부(奇恒之府)라고 했다. 예부터 그만큼 혈관의 기능을 중요하게 인식한 것이다.
혈관은 우리 몸에서 어떤 존재일까. 혈관은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장기임에도 마치 언제나 들이마실 수 있어 고마움을 모르지만 사라지면 그제서야 절실함을 느끼는 공기와 같다. 그래서 평소에는 존재 자체가 무시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생명에 치명적이다.
혈액순환에 있어서 혈관뿐만 아니라 혈액도 매우 중요하다. 혈관과 혈액은 불가분의 관계로 걸쭉한 혈액은 혈관을 막을 수 있고, 기름 낀 혈관은 혈액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혈관이 먼저냐 혈액이 먼저냐로 가치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중요한 혈액일지라도 흐르는 통로가 없으면 이동할 수가 없다. 깨진 항아리에는 물을 담을 수 없듯이 혈관이 없다면 혈액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셈이다.
건강한 혈관은 새로 산 고무풍선처럼 탄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혈관은 병들어가고 있다. 혈액이 묽어서 문제가 되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혈액이 걸쭉해지고, 혈관이 막혀서 문제를 일으킨다. 혈관은 점점 단단해지고, 굳어가고, 살찌고 있다. 과도한 육식과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먹거리가 문제다. 어딜 가나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혈관 파괴 햄버거, 동맥경화 고깃덩이, 심장마비 감자튀김, 고혈압 유발 짠 음식 등은 혈관을 살찌게 한다.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혈관을 조이고 단단하게 만든다. 더불어 이동 수단의 발달과 하루 종일 책상에 붙어서 일하는 업무로 움직임이 둔해져 죽음을 재촉한다.
혈관 문제로 야기되는 질환은 단지 손발이 차가운 가벼운 증상에 서부터 특정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치명적인 경우까지 무척 다양하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알레르기 질환이나 면역질환, 대사증후군(생활습관병), 비만, 암 등은 공통적으로 혈액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모든 질병은 한마디로 '살찐 혈관 증후군'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통풍, 버거씨병, 심장병, 중풍 등 각종 질환은 서로 다른 장기나 조직에 문제가 생긴 것 같지만 모두 혈관 문제에게 출발한다. 그리고 한 가지 증상이나 질환으로 시작해서 마치 도미노처럼 문제를 일으킨다. 나비효과는 폭풍우만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우연치 않게 경험한 손끝의 저림이 사실은 당신의 뇌혈관이 막혀서 팔다리를 못 쓰게 되거나,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몸속에서 몇 마리의 나비가 동시에 날개짓을 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다만 당신이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혈관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어보자. 수족냉증, 손발 저림, 두통, 어지럼증, 복부비만…… 아무 생각 없이 그러려니 하면서 '나에게는 별일 없겠지' 하는 무책임한 마음은 이제 버려야 한다. 당신은 한 가족의 가장일 수도 있고, 누군가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소중한 사람일 수도 있다. 혼자만의 삶이라고 아무렇게나 살아갈 권리는 없다. 더불어 건강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당신의 혈관은 "주인님 제발 살려주세요" 하면서 울부짖고 있다. 일찍 죽고 싶거나, 불구로 살고 싶다면 혈관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라.
혈관은 소리 없는 살인자임을 명심하자! 살찐 혈관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행동으로 혈관을 병들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평소 생활습관을 통해서 병든 혈관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걷기, 물 마시기, 손뼉 치기, 자주 웃기, 스트레칭 하기 등 사소한 습관이나 노력이 혈관에게는 무척이나 고마운 행동일 수 있다. 심지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혈관은 건강해질 수 있다. 온몸을 어루만져주듯이 지압하는 것만으로도 혈액순환이 좋아지며, 하루 차 한 잔으로도 혈관은 다시 부드러워진다.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먹는 음식은 챙겨 먹어야 할 음식과 버려야 할 음식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혈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 다이어트에 목숨을 거는 분들이라면 이제 힘든 살 빼기는 그만하자. 단지 혈관을 날씬하게 만드는 생활습관만으로도 당신의 몸은 날씬해질 것이다.
하늘과 땅 차이도 머리카락 한 올의 간격에서부터 시작되듯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시한폭탄 같은 결과에도 아주 미미한 처음이 있다. 우리는 그 첫 신호를 감사히 여겨야 한다. 내 몸에서 느껴지는 모든 증상을 한없이 고마워하며 달래줘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당신의 몸이 말하고 있는 '소리 없는 아우성'에 감사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비명의 불상사를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모든 것의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혈관을 의심하라
저자 : 한동하 지음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