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글루타민산은 1866년 독일의 화학자 칼 리트하우젠이 먼저 발견했다. 하지만 글루타민산이 독특한 맛의 성분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글루타민산 자체는 시고 무미건조한 맛이 난다. 우마미를 내는 건 염의 형태로 있을 때뿐이다. 이케다는 글루타민산의 칼슘염, 소듐염, 암모늄염, 마그네슘염을 모두 연구했고, 이들이 염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달라도 모두 우마미를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중에서 소듐염이 가장 물에 잘 녹고 맛이 좋았다. 이듬해 이케다는 글루타민산소듐에 ‘맛의 정수’라는 뜻의 ‘아지노모토’(우리나라 미원의 원조)라는 상표를 붙여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물에 녹이면 글루타민산염과 소듐염으로 분리된다. 다시마 역시 물에 우리면 글루타민산염이 나온다. 소듐을 빼고는 똑같은 성분이다. 그 이후 이노신산(IMP)과 구아닐산(GMP) 같은 다른 우마미 성분도 발견됐다. “물론 너무 많이 쓰면 안 좋겠지.”기사를 쓰려고 조사하는 김에 어머니께 조미료 사용에 대해 평소보다 자세히 물어봤다. 안 쓰기는 좀 그래도 기왕이면 적게 쓰는 게 낫지 않겠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머니도 조미료를 쓰긴 쓰되 완벽하게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조미료의 무엇이 이런 부정적인 인상을 만들어내는 걸까. 10월 16일은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로, 서울환경운동연합은 14년째 매년 이 날 화학조미료의 위해 성과 천연조미료 만드는 방법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을 주관하는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의 문수정 위원장에게 화학조미료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 행사를 벌이고 있다. 건강을 위해 천연재료로 음식의 맛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연합뉴스> “화학조미료라는 게 MSG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시중에서 파는 조미료 전부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둘 다 대상입니다.” “요즘에는 자연재료로 만들었다는 조미료도 나오는데, 그것도 캠페인에 포함되나요?” “우리가 캠페인을 하다 보니까 이제 MSG가 덜 들어 있거나 안 들어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MSG가 안 들었으면 화학조미료가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그런 조미료에는 시즈닝, 맛베이스, OO분말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복합원료를 넣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이 물질에 대한 분석이 없기 때문에 일단 화학조미료로 보는 겁니다.” 화학조미료라고 할 때 가장 문제 삼는 건 역시 MSG였다. MSG가 없다고 광고하는 조미료에도 감칠맛을 내는 또 다른 성분인 이노신산, 구아닐산이 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원래 MSG는 자연식품에서 나온 물질이다. 이노신산과 구아닐산도 자연에 없는 물질이 아니다. “천연재료에도 MSG가 들어 있는데요, 천연에서 나온 건 문제 없고, 화학적으로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천연재료는 저희가 원래 먹는 거라 문제가 없지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화학조미료를 먹으면 알러지 반응이나 무력감, 두통, 답답함 등의 증상이 생긴다. 또한, 신경계에 영향을 끼치고 비만과 당뇨를 유발하며, 조미료 맛에 익숙해지면 인공적이고 단순한 맛에 길들여진다. MSG는 어디에나 있다가장 큰 비난의 대상이 되는 MSG는 언제부터 그런 악명을 얻게 됐을까. 발단은 1968년 중국 음식을 먹고 목 뒤와 등, 팔이 마비되는 듯한 증상을 느꼈다는 사람이 한 의학 학술지에 편지를 보낸 사건이었다. 여기서 ‘중국식당증후군’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후 ‘중국음식증후군’, ‘글루타민산소듐증후군’이 함께 쓰였다. MSG가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증후군을 근거로 많이 든다. 그런데 이 증후군은 학술지에 정식으로 출판된 논문에서 나온 게 아니다. 오히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시행한 후속 연구에서는 MSG가 중국식당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음식에는 여러 가지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섣불리 MSG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이중맹검실험을 해야 한다. MSG에 예민하다는 사람을 모아 놓고 MSG가 들어간 음식과 안 들어간 음식을 섞어서 주되, 선입관을 없애기 위해 먹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어떤 게 MSG가 들었는지 몰라야 한다. 만약 정말 MSG에 예민하다면 MSG에만 반응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무작위로 반응을 보이거나 반응이 없었다. 사실 MSG의 원료인 글루타민산은 자연계에 흔한 물질이다. 우리 몸 안에서도 스스로 합성된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이니까 당연하다. 모유 100ml에는 글루타민산염이 20mg 가까이 들어 있다. 다시마 국물 100ml에는 글루타민산염이 21~22mg 들어 있으니까 큰 차이가 없다. 모유를 먹고 자란 사람이라면 아주 어려서부터 이 감칠맛에 익숙해지는 셈이다. 다른 식품에는 더 많다. 토마토에는 100g당 글루타민산염이 140mg, 간장 100g에는 1000mg 정도, 파마산치즈 100g에는 1200mg이나 들어 있다. 콩이나 고기처럼 단백질이 많은 곳에는 단백질 형태의 글루타민산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콩 100g에 들어 있는 단백질 형태의 글루타민산은 5000mg이 넘는다. MSG를 먹고 탈이 난다면 글루타민산염이 풍부한 다시마나 콩을 먹어도 똑같이 탈이 나야 한다. 자연재료로 만들었다는 조미료는 어떨까. (주)대상 중앙연구소의 주정웅 연구원에게 문의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자연조미료의 복합원료 성분을 밝히지 않는 것은 비율이 알려지면 경쟁사에서 모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며, 고객의 문의가 있을 경우에는 어떤 물질이 들어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조미료는 자연의 원재료에서 감칠맛을 내는 효모 추출물이나 효모 분말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원재료에 들어 있는 글루타민산도 들어갑니다.” 결국 자연재료로 조미료를 만들어도 글루타민산을 피할 수는 없다. MSG 사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천연 글루타민산과 인공 글루타민산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몸이 똑같은 물질을 출처에 따라 구분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MSG가 해롭다는 증거 없어신경계에 영향을 끼치고 비만과 당뇨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어떨까.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에게 MSG가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물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특정 아미노산만 많이 먹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였다. 아무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라고 해도 과도하면 탈이 생기지 않는가. “몸 안에 들어간 글루타민산은 단백질을 만드는 원료가 됩니다. 그리고 남은 글루타민산은 에너지로 쓰이거나 지방으로 축적되지요.” 권 교수는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글루타민산을 많이 먹더라도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글루타민산을 거의 단백질 형태나 천연 식품에 원래 들어 있는 글루타민산염, 그리고 MSG와 같은 조미료 형태로 받아들인다. 이들의 95%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소장 점막 세포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단백질 합성이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나머지 5%는 간에서 대사된다. 이 과정은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글루타민산의 혈중 농도에는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농도가 상승하지만, 2시간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온다. 수유기의 여성이 먹은 MSG는 모유의 글루타민산 농도에 약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글루타민산은 원래 모유에 있는 아미노산 중 가장 양이 많다. 그리고 글루타민산은 몸 안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뇌의 학습과 기억 기능에 관련돼 있다. 신경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MSG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어린이가 MSG를 많이 먹으면 과잉행동장애에 걸린다고 주장한다. 권 교수는 “신경전달물질은 우리 몸이 농도를 엄격하게 조절하는 물질이라 많이 먹는다고 뇌에서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뇌와 혈액 사이에 있는 혈뇌장벽이 아무 물질이나 마음대로 뇌로 들어가지 못하게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미 1970년대 기니피그와 쥐를 갖고 알아본 실험 결과 혈중 글루타민산 농도가 20배 가까이 올라가야 뇌 속의 농도가 의미 있게 변했다. 몸무게 60kg인 사람이 MSG를 100g 이상 먹어야 하므로 일상생활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아직 과학계에서는 MSG가 몸에 나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주 연구원은 “알러지는 단백질이 반응하는 항원항체 반응으로 아미노산인 MSG는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도 MSG의 사용량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최준호 국장은 “그러나 시민들은 아직 확실히 납득하지 못했다”며 “과학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들로서는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원래 몸에 나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보다 몸에 전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대 과학이 완전한 것은 아니니까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논리에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현대 과학의 어떤 이론도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버섯이나 멸치, 다시마는 국물을 내는 데 흔히 쓰이는 재료다. 질 좋은 천연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만 비용과 시간, 노력이 많이 든다. <출처: 동아일보> 너무 맛있는 게 문제MSG의 문제는 따로 있다. 글루타민산이 아니라 붙어 있는 소듐이다. MSG를 많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소듐 섭취도 늘어난다. 과도한 소듐 섭취는 고혈압이나 비만, 당뇨의 원인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따져봐야 할 구석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 먹는 국이나 찌개에는 소금(염화소듐)이 많이 들어간다. 국물까지 훌훌 다 마신다면 한 끼에 소듐 일일권장섭취량을 초과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MSG라기보다는 소듐이 많이 들어 있는 우리나라 음식이 문제다. 오히려 MSG가 소듐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사람마다 간이 다르다는 건 사람마다 만족하는 소금 농도가 있다는 뜻이다. 이때 소금의 양을 줄이고 그 대신 MSG를 넣으면 통계적으로 더 낮은 소듐 농도에서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MSG로 대체하는 양을 늘릴수록 소듐을 적게 먹는다. 짭짤한 맛을 포기할 수 없다면 차라리 소금보다 MSG를 쓰는 게 소듐을 적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매콤달콤하면서도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떡볶이의 맛도 대개 조미료에서 나온다. 그러나 천연재료로 떡볶이를 만든다면 저렴한 가격에 떡볶이를 먹을 수 없을 것이며, 그동안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우리 혀가 맛있다고 느낄지도 의문이다. 갈수록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는 우리 혀 때문에 조미료를 적당히 쓰기가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다. <출처: 동아일보> 진짜 MSG의 죄는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감칠맛을 내는 능력이다. 값싸고 편리하게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맛을 내는 식당이 줄어들고 있다. 권 교수는 “감칠맛이 너무 강하면 다른 맛을 죽이고 혀는 갈수록 더 강한 감칠맛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음식맛의 획일화와 질 낮은 재료를 MSG로 덮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문제다. MSG에 돌을 던지려면 증거가 없는 유해성보다는 이쪽에 조준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도 기자로서는 MSG를 써서 음식을 해주시는 어머니를 탓할 수 없다. 세상의 어느 어머니인들 좋은 재료를 쓰고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지 않을까. 적절히만 활용한다면 이 땅의 바쁘고 힘든 주부에게 MSG는 오히려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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