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박사 추천 암치료에 좋은 음식
|
|
‘기적의 식물’로 알려진 겨우살이의 항암효과
글·李相旭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미즐토(겨우살이)는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할 수 있지만, 항암효과는 의심스럽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식물 중에 항암효과를 띠는 것이 있다. 사실 현재 암환자들에게 사용 중인 세계적인 항암제도 몇 가지는 식물에서 주성분을 추출한 것이다. 택솔(Taxol·주목 껍질에서 추출한 항암제), 이리노테칸(Irinotecan·희수나무에서 추출한 항암제) 등이 대표적이다.
항암효과뿐 아니라 특정 약효를 지닌 식물에 대한 조사는 1960년대 후반 일차로 완료된 상태다. 미국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서 특정 질환에 약효가 있는 표본을 채집하여 보관 중이고 기본적인 연구도 이미 상당히 진행한 상태다. 천연물에서 항암 성분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온 셈인데, 1만개 정도의 전(全)임상 단계에서 항암효과를 띠는 식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도 남아메리카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라파초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의 항암효과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개인적으로 남아메리카에는 아직까지 가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 지역 인디오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천연물을 테마로 박사학위 논문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서 이미 기초 조사를 해 놓은 덕분이었다.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은 미국 연구진의 앞선 작업 덕분에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약효가 있는 천연물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그 효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미 상당 부분 진행이 완료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보물찾기가 이미 완료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국내 유명 제약사에서 새로운 천연물을 구하기 위해서 아시아를 샅샅이 뒤지고 다닌 대장정을 한 적이 있다. 이 제약사는 천연물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과 노하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대단한 보물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당시 천연물 탐험을 떠난 연구진 중 한 사람과 저녁을 먹으며 암 치료법을 연구하는 의학자로서 뭔가 건질 것이 없는지 귀를 쫑긋 세웠지만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나무에 寄生, 한겨울에도 잎사귀 푸르러 하늘 아래 새로운 천연물은 없지만 이미 어느 정도 약효가 알려진 천연물 중에서 암 또는 대체의학이란 키워드를 다룰 때면 꼭 한 번씩 등장하는 식물이 있다. 우리말로 ‘겨우살이’라 불리는 미즐토(mistletoe)이다. 이 식물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도 많고 알려진 지식정보도 상당수다. 서양에서 수천 년 전부터 약으로 사용해 온 천연물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귀한 약재로 사용되어 온 식물이다.
벌써 오래 전 일인데, 두꺼운 옷 사이로 냉기가 스멀스멀 들어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추운 겨울날 강원도 인제군 방동약수터에 간 적이 있다. 겨울이라 약수터에는 사람의 발길이 뜸해 약수터 바로 옆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었지만 동행한 분들이 입구에 주차하고 조금 걸어서 약수터에 가야 물맛이 더 좋다고 제안하여 따르기로 했다. 약 10분쯤 걸어가는데 추운 겨울이라 주변의 나뭇잎은 모두 떨어져 말 그대로 앙상한 가지뿐이었다. 그런데 같이 걷던 숲 해설가가 앙상한 가지 끝에 돋아난 파란 싹을 가리키며 “사람이 다니는 길가의 나무에도 겨우살이가 있다”고 하면서 “방동약수터가 있는 곳이 산골은 산골인가 보다”라고도 하였다. 그리고 친절하게 겨우살이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필자는 그때 처음으로 나무에 기생하는 식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생하는 식물이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지만 그 추운 겨울에도 파란 잎이 있다는 것이 더욱 신기했다.
이후 연수 중인 미국에서도 겨우살이를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식견을 갖추게 되었다. 추운 겨울이 없는 휴스턴에서도 겨우살이를 흔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겨우살이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국내에서 겨우살이는 매우 귀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에게 어떻게 먹는지 물어보니 차로 끓여 마시거나 술로 담가 먹는다고 한다. 필자는 평소 모임을 통해 만나는 한 지인(知人)이 겨우살이를 선물로 주어 차로 끓여 마신 적이 있다. 약효는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맛은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 미즐토는 흰색열매를 갖고 있어 ‘화이트베리’라고도 불린다. | 암세포 살상 효과 있지만 근거 부족
겨우살이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실망스럽게도 그 정보는 거의 다 유사하다. 항암효과, 이뇨작용, 관절염 치료효능, 고혈압 치료효과, 지혈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겨우살이의 어떤 성분이 약효를 나타내는지에 대한 정보나 설명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더욱이 임상 관련 유용한 정보를 얻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결국 의생명 분야 논문에서 정보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본문에서는 항암작용과 관련된 내용 위주로 효과를 밝혀 보고자 한다.
사실 겨우살이는 방송에서도 여러 번 다룬 적이 있어 아는 사람들은 아는 식물이다. 특히 대체의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의학문헌 검색엔진인 ‘펍메드(PubMed)’에서 ‘미즐토’를 논문제목으로 찾으면 602개의 논문이 검색된다. 물론 추가적인 검색엔진을 이용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주로 임상 논문 위주로 효과를 정리해 보겠다.
미즐토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유럽에서 사용되어 왔지만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1861~1925)의 인지학적 의학(anthroposophic medicine)에 의해 새롭게 소개되고 관심과 재조명을 받았다. 미즐토는 독일과 스위스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정식명칭은 ‘Viscum album Loranthaceae’로 흰색 열매를 가지고 있어 ‘화이트베리(white berry)’라고도 불린다. 면역 활성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도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국내 제약사에서도 암환자의 보조요법제로 팔기 위해 도입되어 있다. 주로 개인의원 중심으로 암환자에게 항암치료 보조제로 투여하고 있다. 필자의 환자들 중에서 암 전문 개인병원에서 미즐토를 투여받고 있는 분도 있다. 필자는 아직까지 그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사용하고 있지 않다.
2012년 《Explore》란 잡지에 메타 분석된 논문이 실렸는데 이제까지 발표된 17개의 논문을 통합 분석하였다. 1985년부터 2002년까지 3324명의 환자에 대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미즐토를 투여받은 환자에게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생존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미즐토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러 가지 연구 방법적인 한계가 있고 특히 연구디자인이 후향적(과거 자료 추적 조사) 분석이란 한계를 가진다’고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면역세포 기능 향상 미국국립보건원 홈페이지에 의하면 유럽에서는 다수의 미즐토 주사제가 상업적으로 개발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암환자에게 사용이 허가돼 있지 않다. 미즐토에 독성이 있기는 하지만 심각한 독성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다.
대부분 오랜 기간 약제로 써 온 식물은 독성에 대한 임상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즐토가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임상연구는 임상시험 디자인에 문제가 있어 신뢰성이 낮다. 따라서 암환자에게 미즐토를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신뢰성이 높고 검증할 수 있는 좋은 임상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사용할 만하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겨우살이의 효과가 일정하지 않은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숙주가 되는 나무에 따라서 유효성분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겨우살이의 추출물 중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유효성분은 렉틴(lectins)이다. 렉틴은 단백질에 탄수화물이 결합된 당단백질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암세포를 죽이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에서 발견되는 미즐토(Viscum album coloratum)는 암세포를 자살하게 하는 아포토시스(Apoptosis)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즐토가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메커니즘은 면역세포들의 움직임을 활성화하고 면역세포들이 정상적이지 않은 세포를 찾아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연구한 결과를 종합해서 쉽게 표현하면 미즐토의 다양한 성분들이 면역세포의 기능을 항진시킬 수 있고 더불어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결과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암환자에게서 얼마만큼의 생존율이나 기간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그 이유는 한 가지 문제를 개선하면 다른 문제가 부각되는 등 인체 내에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의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즐토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임상연구의 대부분이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에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임상연구(2013년) 결과에 따르면 항암제를 투여 중인 폐암 환자에게 미즐토를 투여했지만 삶의 질이나 항암제 부작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이스라엘 연구팀이 2013년 《European Journal Cancer》에 보고했다. 그 외에도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임상연구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발표된 바도 있다.
‘기적의 식물’은 아니다 미즐토가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 역시 근거가 되는 연구논문이 거의 없다. 또한 방사선치료에 의한 부작용이란 것은 인체 어디에 방사선을 치료하느냐에 따라 부작용의 양상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뭉뚱그려 방사선 부작용을 줄인다는 표현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필자의 환자들도 방사선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미즐토를 투여 받는 경우가 있는데 임상적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렉틴의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그 기능이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렉틴은 겨우살이 외 미꾸라지 강낭콩에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해 햇강낭콩이 나오면 밥을 할 때 섞어서 지어 먹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미즐토 성분 중의 하나인 다당체(polysaccharide) 역시 면역세포를 자극하여 면역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버섯에 이런 다당체가 많이 함유돼 있고 버섯이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추측된다.
결론적으로 미즐토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식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미즐토가 기적의 식물이 아니란 것도 분명하다.
필자 약력 李相旭 ⊙ 48세.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대학원 의학박사. ⊙ 서울아산병원 실험동물실 연구부장. ⊙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최우수 논문상,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학술상 수상.
출처 : 월간조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