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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도솔9812 2014. 2. 4. 15:58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치매 초기에 약물치료 시작했더니…
90%가 5년후에도 일상생활 가능
 

빨라지는 '치매 시계'… 치료 수준 어디까지 왔나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최근 영국 연구진이 치매 초기 단계에 있는 환자 270명을 5년간 추적해 얻은 결과를 소개했다. 치매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약물치료를 꾸준히 한 사람의 90%는 5년 후에도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었던 반면 치료를 포기한 사람은 10명 중 6명이 요양 시설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치매 증상이 심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자포자기(自暴自棄)하던 과거와 달리 꾸준한 치료에 따라 치매 환자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며 "그 정도로 치매 치료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초의 치매 치료제는 1993년 출시됐다. 메스꺼움과 구토 등 부작용이 문제였지만 1998년부터는 이런 부작용이 없는 약도 개발됐다. 이 약들은 치매 증세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증세가 심해지는 속도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영국에서 발표된 치매 환자 추적 결과, 치매 유형별 분포 그래프
영국에서 발표된 치매 환자 추적 결과, 치매 유형별 분포 그래프    
 

김희진 한양대 의대 교수는 "아직 치매를 완치할 수는 없지만 조금 불편함을 느끼면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건 가능하다"며 "아무 기억도 없이 요양 시설에만 머물게 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치매 관련 약 역시 치매 초기 단계에서부터 꾸준히 사용할 경우 가족을 못 알아보는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김 교수는 "치매라는 걸 알게 된 후 절망하다 금방 가족이나 친구를 못 알아보게 되고, 또 며칠 지나면 대·소변까지 못 가리게 되는 치매 환자는 드라마,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매 완전 정복'의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웅 센터장은 "이르면 3년 안에 치매 백신이 시판될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 중 71.3%가 알츠하이머 치매인데, 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백신의 임상시험이 이미 종료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중간 분석 결과 발표에서는 임상시험에서 백신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상당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치료의 최종 목표는 평생 한두 번의 주사만 맞으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백신뿐만 아니라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매 치료법 등 다양한 시도가 있기 때문에 치매 치료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관건은 치매의 조기 발견 여부"라고 말한다. 탁월한 효능을 가진 치료제가 개발돼도 치매 증세가 있기 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39%. 57만6000여명의 치매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 치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이 중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인 28만여명은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김희진 교수는 "올해 초 만난 한 60대 치매 환자는 2009년부터 치매 증세가 시작됐지만 환자 본인과 가족 모두 치매를 의심하지 않았다"며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기억이 거의 사라져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가 일찍 시작됐다면 현재 상태와는 전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많은 사람의 치매에 대한 의식 수준이 치료약이 없던 20년 전에 머물러 있다"며 "치매는 아는 만큼 보이는데 조기 발견하려면 치매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치매는 어차피 못 고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치매 증세를 외면하다 뒤늦게 병원에 온 후에도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본지와 설문 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생긴다면 누가 돌보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에 61.9%가 전문 의료진 또는 간병인·요양보호사라고 답했다. 치매에 걸리면 치료보다 요양원부터 알아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결과다. 김 센터장은 "탁월한 효능의 치매 치료제가 나왔을 때 꾸준한 치료를 받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앞날은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며 "치매도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닌 만큼 증세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조기 발견과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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