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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된장이 독성 덩어리라는 괴담 괴담의 재미에 빠져버린 영양학 전문가들
재래식 전통 된장과 발효식품이 사실은 ‘생물기원(바이오제닉) 아민’이라는 낯선 독성 물질로 범벅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된장으로 끓인 찌개를 좋아하다가는 심한 편두통과 고혈압에 시달릴 수도 있고, 우울증 치료제를 먹는 사람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각종 언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양학 전문가가 밝힌 충격적인 주장이다.
그동안 항산화, 항암, 혈전 억제 효과 등이 탁월하고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다른 식품 전문가들의 주장은 전혀 믿을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정말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느낌이다. 전문가를 믿을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입장이 정말 난처하다. 아무 것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형편이다.
독성물질로 추락해버린 신경전달 물질
본래 생물기원(바이오제닉) 아민은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서 생리작용을 위해 만들어지는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이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으로부터 만들어져서 ‘아민’으로 분류되는 질소 화합물이다. 간이나 비만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히스타민은 각성 효과와 함께 위액이 분비되도록 해주고, 과민(알러지) 반응에 의한 염증 신호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한다. 쾌락이나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도파민, 혈압, 심장박동수, 혈당을 높여주는 아드레날린,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는 노르아드레날린도 모두 생물기원 아민에 속한다. 몸속에서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거나,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이 만들어지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우울증도 그런 증상 중 하나다. 신경전달 물질의 역할을 마친 생물기원 아민은 MAO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우리가 먹는 식품에도 생물기원 아민이 들어있다. 주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발효시키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게 된다. 히스타민이나 티라민은 메주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공기 중의 잡균(雜菌)에 의해 만들어진다. 혈압 상승효과를 내는 티라민은 된장, 김치, 치즈, 요구르트와 같은 발효식품에도 들어있고, 육류를 훈제하거나, 절이거나,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식품에 들어있는 생물기원 아민은 대부분 소장을 통해 흡수되지만 분해효소(MAO)에 의해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되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신경전달 과정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발효 과정에서부터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독성 물질 범벅으로 전락해버린 재래식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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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괴담의 애매한 경계
우리에게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다. 소비자는 영양학과 식품과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나 의사들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과학 지식을 얻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한 정보도 제공해줘야 하고,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위해 요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알려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식생활을 즐기도록 해줘야 한다.
문제는 과학을 앞세운 전문가의 정보가 오히려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괴담(怪談)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래식 된장에 대한 영양학자의 충격적인 경고가 그렇다. 소비자에게 비위생적으로 생산된 재래식 된장의 위험성을 알려주겠다는 의도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맹목적으로 ‘전통’과 ‘우리 것’에 집착하고, 발효식품에 열광하는 우리의 자세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옳은 것이다. 그렇다고 ‘재래식’이 곧 ‘비위생적’이라는 주장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생물기원 아민의 위험성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것도 분명하다. 된장찌개를 먹고 심한 편두통을 경험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된장을 통한 섭취량에 대한 주장도 어설프다. 하루 세 끼 모두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아니고, 물에 잘 녹는 생물기원 아민이 장기간 몸속에 축적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도 무시되었다. 치즈의 경우에 문제가 되었다고 해서 된장도 문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치즈와 된장은 제조 과정도 다르고, 먹는 양과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재래식 된장이 생물기원 아민 때문에 위험하다는 주장은 몹시 난처한 것이다. 소비자가 된장에 들어있는 아민의 양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된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위험하다는 생물기원 아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현대 식품가공 기술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양조(釀造) 된장을 신뢰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양조 된장에 대한 식품 전문가들의 경고도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생물기원 아민 때문에 위험하다는 주장은 우리 식생활의 상징인 된장, 김치, 장아찌를 모두 포기하라는 비현실적인 괴담이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식품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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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초나 암브로시아는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포도주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의 수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그런 성분 중에는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생물기원 아민처럼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성분도 있다. 막걸리에 항암 성분이 들어있다는 어설픈 연구 결과에 흥분했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항암 효과를 위해 하루에 10병 이상의 막걸리를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에는 진시황이 꿈꾸던 불로초도 없고, 천상의 천사들이 먹는 암브로시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에 들어있는 항산화 물질도 크게 믿을 것은 아니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식이요법(食餌療法)이 중요한 것은 분명한 경험적 사실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음식으로 모든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겠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더욱이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있는 미량의 독성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음식에 포함된 독성 물질이 우리의 면역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과식과 함께 편식이 나쁘다는 조상들의 지혜는 과학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식품위생법 제13조에서는 질병을 들먹이면서 식품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주장은 허위·과장 광고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제 순진한 농민들만 괴롭히던 식품위생법 제13조를 영양학이나 식품과학 전문가와 언론에게도 확실하게 적용해야만 한다. 공연히 어설프고 단편적인 과학 지식을 앞세운 괴담으로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하는 엉터리 전문가와 언론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는 말도 있고,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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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많은 어르신세대는 대부분 어머니의 손맛이 베어있다고 믿는 재래식 된장을 선호한다. 요사이 아파트생활에서는 된장을 담글수 없으니까 전통시장에서 어렵게 시골된장을 구하여 맛있게 먹고 있는데 재래식 된장은 먹지 못할 몹쓸 식품덩어리라는 메스컴의 보도는 나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드렷다. 다행히 위와 같은 설명을 듣고 튀는 식품학학자의 과장이라는 생각이들어 조금은 안도하면서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은 음식인데.... 오늘도 집사람이 보글 보글 끓여준 된장찌게와 함께 저녁상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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