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계단 오르기 週 2회, 심근경색 20% 감소
직장인 송모(46)씨는 새해 첫날 새벽에 심장마비가 와 응급 스텐트 시술(좁아진 심장 혈관을 그물망 같은 스텐트를 넣어 넓혀주는 시술)을 받았지만, 현재 인공 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다. 심장마비로 인해 뇌에 혈액(산소) 공급이 7~8분 정도나 중단되는 바람에 그의 의식 회복 여부는 더 기다려 봐야한다. 심장마비 시간이 4분이 넘으면 어떻게든 후유증이 남는다.
송씨의 경우처럼 갑자기 발병해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마비는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10여 년이 넘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혈관에 기름이 끼고, 결국 혈관이 막히면서 생기는 '혈관의 병'이다.
혈관 질환은 100세 장수 시대에 암보다 무서운 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암은 깨끗하게 나을 수도 있지만, 혈관 질환에는 '완치'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혈관질환인 심장마비, 뇌졸중에 걸리면 후유증이 남아 온 가족에게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주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 혈관질환은 평생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혈관 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앞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혈관 건강에 위협이 되는 식생활을 국민들이 고치지 않으면 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혈관 질환은 생활 습관만 잘 교정한다면 예방이 가능하다. 가장 손쉬운 예방법 중의 하나가 걷기다. 대한심장학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3분의2가 하루에 30분도 걷지 않는다. 1주일에 10층 계단을 두번만 걸어 올라가도 심근경색 발병을 20% 막을 수 있다. 과자, 패스트 푸드, 튀긴 음식을 멀리하고 채소·과일·생선을 가까이 해야 한다. 생선도 기름에 튀겨 먹으면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안된다.
운동과 음식만큼 중요한 게 심리상태이다. 우울하고 분노심이 많고 외로운 사람이 혈관 질환 위험이 높다.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과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말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혈관 질환을 줄일 수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빼놓아서는 안된다. 복부비만·고혈압·당뇨병이 있고, 담배를 피거나 심장병의 가족력이 있을때는 1~2년에 한 번은 혈관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부지런해야 건강한 혈관을 유지할 수 있다.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변하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실천하면 올 연말에는 깨끗하고 튼튼한 혈관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오동주 고려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