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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에 30년간 10가지 癌

도솔9812 2015. 3. 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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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에 30년간 10가지 癌…

"9戰9勝,이번에도 이긴다"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10번째 암수술 받은 공주大 박찬홍 명예교수]

    지난달 왼쪽 간 절반 절제, 45세때 대장암으로 시작… 위암·담도암·폐암·소장암…
    대장·직장·담낭 다 잘라내고 췌장·십이지장·소장 일부 제거… 위장의 3분의 2도 사라져
    "하루에도 천국·지옥 오가지만 낫는다는 확신으로 자기최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다. 한 사람 몸에 각기 종류가 다른 암(癌)이 30년에 걸쳐 10번이나 발생했다. 6년 전부터는 거의 매년 새로운 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공주대 체육학과 명예교수 박찬홍(75)씨 이야기다. 지칠 법도 하고 포기할 법도 하지만, 그는 암이 등장할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서며 암 투병 10전(顚)11기(起)를 이어가고 있다.

    ◇10번의 암 수술

    박씨는 지난달 23일 서울 순천향대병원에서 왼쪽 간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10번째 암, 전이성 간암 때문이다. 집도의는 외과 허경렬 교수다. 그가 허 교수 진료실을 처음 찾은 것은 수술 3일 전이다. 박씨 복부 CT상에 간암이 있는 것을 보고 허 교수가 수술 병력(病歷)을 물었다. 박씨는 대뜸 받아 적으라고 했다.

    
	서울 순천향병원에서 간암 수술을 받은 박찬홍씨가 지난달 30일 햇볕을 쬐고 있다
 
    서울 순천향병원에서 간암 수술을 받은 박찬홍씨가 지난달 30일 햇볕을 쬐고 있다. /이진한 기자
  • "대장의 상행, 횡행, 하행 결장에 생긴 대장암을 따로따로 수술받았습니다." "네? 대장암이 세 번 생겼다고요?" "그전에는 위암으로 수술받았습니다." "네? 위암이 있었다고요?" "담도암으로 췌장과 십이지장 절제술도 받았지요" "네? 또 있나요?" 박씨 입에서 직장암, 악성 횡문근육종, 전이성 폐암 등이 줄줄이 나왔고, 허 교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2년 전 여기서 소장암 수술을 받은 게 마지막이었죠. 그게 9번째 암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수술 가능합니까?" 물었고, 허 교수가 "네"라고 하자 "내일 해주세요"라고 했다. 그렇게 10번째 수술이 이뤄졌다.

    박씨가 받은 암 수술의 흔적은 CT상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암 절제술로 사라진 장기가 많아서 배 안은 비어 있는 듯했다. 암 행진은 그의 나이 45세이던 1985년 맹장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행 결장에 생긴 대장암부터 시작됐다. 나중에는 직장암까지 생겨 대장 전체가 2011년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소장과 항문이 바로 연결돼 있다.

    위암으로 위장의 3분의 2를 절제(1996년)했다. 담도암으로 담낭, 췌장 절반, 십이지장 일부를 제거했고(2009년), 악성 횡문근육종으로 가슴뼈 중앙과 인접한 왼쪽 갈비뼈 일부도 절제했다(2010년). 횡문근육종 폐 전이로 오른쪽 폐 중간엽을 절제했으며(2012년), 소장암으로 소장 일부 절제 수술도 받았다(2013년). 10번째 암은 소장암이 간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10전11기의 암 투병

    박씨는 "30년째 암과 전쟁 중이고 지금까지 연전연승"이라며 "이번에도 10전11기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받은 항암제 치료가 100차례에 가깝다. 고농도 방사선 치료도 수개월 받았다. 그 사이 한때 80㎏ 중반이던 몸무게가 41㎏로 줄었다. 그는 대학교 입학 당시 복싱을 했고, 재학 때는 미식축구팀 창단 멤버였을 만큼 건강했다.
    
	10번 암 걸린 박찬홍씨의 수술 기록 정리 그래픽

     

    박씨는 설사와 온종일 씨름해야 한다.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해서 대변을 응어리지게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 절반을 화장실에서 지낸다"며 "외출할 때는 몇 시간 전부터 굶는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암 투병 비결을 묻자 "의사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면서 나을 수 있다는 확신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기 최면을 걸어야 한다"며 "하루에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생활이지만 어차피 인생은 병과 싸우는 삶이라는 낙천적인 생각을 가진다"고 말했다. 복서 출신답게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주먹을 뻗으며 "너 여기서 쓰러질 거야? 그럴 순 없지, 일어서야지"라고 다짐을 한단다. 박씨는 이번 간암 수술을 받은 후에도 이틀째 되는 날 링거병을 단 채 병원 복도를 걸어 다니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그는 "가족의 후원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게 불가능했다"며 "아내가 생명의 은인"이라고 했다.

    박씨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최근 7년여 동안 노인복지관을 돌며 가곡 부르기와 동요 들려주기 봉사 활동도 다녔다. 그는 "복지관에 가보면 걷지도 못하는 양반이 휠체어에 앉아서 숟가락이나 식권 나눠주는 봉사를 한다"며 "나도 그렇게 죽는 날까지 봉사하고 싶고, 실버 밴드를 만들어 전국을 순회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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