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정한 '뇌졸중의 날'이었다. 10월 말부터 12월까지 '뇌졸중 특별주의' 기간을 홍보하기 위해 제정됐다. 1년 중 이 기간에 뇌졸중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사망원인 중에서는 뇌졸중이 암에 이어 2위이지만, 암은 위암·췌장암 등 모든 부위의 암들을 총칭하기 때문에 단일 질병으로는 사실상 뇌졸중이 사망률 1위라고 봐야 한다.
뇌졸중은 발병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십중팔구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발병하지 않도록 미리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다.
요즘은 뇌혈관 스텐트 등 의료기술이 발달해 발병 뒤
3시간 안에만 병원에 도착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치료할 수 있다.
◆전조증상 놓치지 말아야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본격적인 발병 전에 거의 100%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뇌졸중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평소에 전조증상을 숙지하고, 자신에게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에 가야 한다.
뇌졸중 고위험군은
△65세 이상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자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
△과거에 일과성 뇌허혈(뇌졸중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나 뇌졸중이 있었던 사람 등이다.
이들은 뇌졸중 전조증상이 나타나는지 늘 신경써야 한다.
전조증상은 갑자기 신경학적 이상이 발생했다가 몇 시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입 주위의 감각이 변화된다든지, 한쪽 몸의 힘이 빠진다든지,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거나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 심한 어지럼증 등이 뇌졸중의 전조증상이다.
김종성 서울아산병원 뇌졸중센터 소장(신경과 교수)은 "전조증상은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생기고, 보통 몇 분 정도 지속되다가 없어져 소홀히 생각하기 쉽다"며 "증상은 한 가지만 나타날 수 있고 겹쳐서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증상이 일부만 나타나도 본격적인 뇌졸중으로 진행될 위험도는 똑같다"고 설명했다.
◆민간요법은 시간만 허비
분당서울대병원이 최근 5년간 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뇌졸중 환자 3032명을 분석한 결과 발병 3시간 안에 도착한
환자는 29.3%에 불과했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시각장애, 두통, 어지럼증이 뇌졸중 증상이라는 것을 모른다"며 "평소 뇌졸중 증상을 모르면 손을 따거나 팔다리를 주무르고 우황청심환을 먹는 등 잘못된 민간요법을 하다가 시간을 놓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병원에 일찍 와야 한다"며 "뇌졸중의 80% 이상 차지하는 허혈성 뇌졸중은 뇌졸중 발생 초기에 막힌 혈관에 있는 혈전(피떡)을 녹이는 주사를 3시간 이내, 늦어도 4시간30분 이내에는 맞아야 효과가 있다"
고 강조했다.
경미한 뇌졸중(일과성 뇌허혈)은 증상이 잠깐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증상이 사라졌다고 안심하지 말고 나중에라도 병원에 반드시 가야 한다.
편측마비, 언어장애 등이 잠깐 나타나는 일과성 뇌허혈 환자 중
50%는 똑같은 증상이 48시간 내에 다시 나타나는데, 증상이
두 번째 나타날 때는 대부분이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흡연자는 증상 없어도 진단해야 뇌졸중은 50세 이상이 걸리는 장년층·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40대 젊은 층의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뇌졸중 환자는 53만4417명이었고, 이 중 9.8%(5만8044명)가 50대 이하였다. 이들 대부분이 뇌출혈 위험인자인 고혈압·당뇨·가족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젊은 층에서 뇌졸중 발생이 증가하는 이유는 생활패턴과 식습관 변화를 들 수 있다. 백 교수는 "육류와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면서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과 같은 뇌졸중 발생 요인이 증가하고 음주와 흡연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흡연자는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2~3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체질량지수가 높으면 혈중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많아져 혈관이 막힐 가능성이 커진다. 1주일에 3~5회 30분씩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고, 과식을 피해 체중을 줄여야 한다. 술도 하루 한두 잔 정도로 줄이거나 아예 끊는 것이 좋다.
백 교수는 "술을 장기간 마시면 혈관이 점점 좁아지고 막히는 동맥경화가 생기기 쉽다"며 "고혈압 환자가 과음을 하면 뇌출혈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혈압은 약 복용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낮춰야 한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에 가해지는 자극이 크고, 이로 인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혈당은 혈관 내 세포의 활동성을 약하게 만들어 혈관을 손상시킨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낮추기 위한
식습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백 교수는 "40세 이상 중 체중·혈압·흡연·당뇨병 등 해당 요인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없더라도 몇 년에 한 번씩은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