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효식품의 힘
김치, 된장, 청국장, 간장 등 매일 먹는 발효식품은 한국인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꼭 우리나라의 전통 식품이 아니더라도 요거트, 치즈 같은 발효식품에는 건강에 좋은 유익균이 듬뿍 들어 있다. 미국의 건강 전문 월간지 <Health(헬스)>는 2006년에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우리나라의 김치, 일본의 낫토와 콩 제품, 인도의 렌즈콩, 그리스의 요거트, 스페인의 올리브오일을 선정한 바 있다. 발효식품이 세 가지나 포함된 것이다. 발효식품은 우리 몸에 왜 좋은 걸까? 어떻게 먹어야 건강 효과를 최대로 누릴 수 있을까?
1. 발효식품과 건강
발효란?
미생물이 자신이 갖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서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 발효반응과 부패반응은 비슷한 과정으로 진행되지만 분해 결과에 따라 달리 부른다.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다.
발효식품이 몸에 좋은 세 가지 이유
발효식품이 몸에 좋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발효 작용을 하는 원재료 자체가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김치의 재료인 배추, 무, 마늘, 파와 된장이나 청국장의 원료인 콩, 치즈나 요거트를 만드는 우유, 포도주를 담그는 포도 등은 그냥 먹어도 몸에 좋다.
이런 재료가 발효 과정을 거치면 유산균이 늘어나는데, 이게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은 두 번째 이유다. 유산균이 증식하면 원재료가 소화되기 훨씬 쉬운 형태로 분해되고, 장 속에서 유해균이 생기지 않도록 억제한다.
세 번째로는 발효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물질이 생기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치즈에는 우유에 없는 CLA(체지방분해 성분)가 생기고, 청국장에는 발효 이전의 콩에는 없던 낫토키나아제 효소와 폴리감마글루탐산, 레반이라는 끈적끈적한 실 형태의 물질이 생긴다. 낫토키나아제 효소는 혈전용해 효과를 내며, 폴리감마글루탐산은 칼슘 흡수를 촉진하고, 레반은 체내에서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을 해 혈당을 낮춘다.
숙성은 뭐가 다른가?
균이 관여하지 않고 내부 효소에 의해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숙성’이다. 대표적인 숙성 식품이 와인이다. 대부분 발효와 숙성은 같이 진행된다. 김치, 장류, 젓갈류는 처음 세균에 의한 발효가 진행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세균이 뿜어낸 효소에 의해 자체적인 변화로 천천히 숙성된다.
우리나라 대표 발효식품
1. 김치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발효식품이다. 김치에 대한 연구는 매년 쏟아져 나온다. 특히 김치에 들어 있는 몇 가지 성분은 뛰어난 기능이 있다. 김치의 기본 재료인 마늘과 파에는 알리신이 함유돼 있는데, 항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재료인 배추의 시토스테롤은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재료들이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김치에 유산균이 풍부해져 장내에 유익한 미생물이 많이 자라도록 돕는다. 유해균을 억제해 암 발생률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2 . 된장
된장은 콩보다 단백질 흡수율이 높다. 미생물에 의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소화흡수가 잘 되기 때문이다. 된장은 식이섬유, 비타민E, 페놀산이 들어 있어서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된장을 섭취하면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된장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멜라노이딘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한다.
3. 고추장
고추장 역시 건강 효능이 있다. 고추에서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은 에너지 대사를 촉진시켜서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 된장과 마찬가지로 항산화 효과, 면역기능 향상 등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 젓갈
젓갈은 어류, 갑각류 등의 원료에 식염을 넣어 발효 숙성시킨 음식이다. 젓갈 또한 전통 발효식품 중 하나다. 젓갈은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소화 흡수가 잘 된다.
2. 발효의 핵심 ‘유산균’
유산균의 정체
발효식품이 건강에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유산균 때문이라면, 유산균은 대체 뭘까. 유산균이란 우리 몸에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유익균의 대표라 할 수 있다. 사람의 장에는 약 1kg의 균이 있는데, 매일 배설하는 분변 중 약 40%가 장내 미생물이다. 건강한 아기의 경우, 분변 균 중 90% 이상이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으로 이뤄져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하고 장내 유해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미생물은 출산 방법, 부모의 장내 미생물총, 식습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한다. 노화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총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유산균이다. 유산균은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하고, 장의 연동운동을 정상으로 유지해 변비나 설사를 예방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하는 것 외에도 면역력 강화, 항암작용, 비타민 생성, 콜레스테롤 저하, 간 보호, 아토피 증상 개선 등에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산균이 장내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봐야 72시간~1주일이기 때문에, 효과를 계속 보려면 지속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유산균은 長壽의 비결’
채소와 발효식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장수마을 거주자들이 도시 거주자들에 비해 장속 유산균이 최대 5배 정도 많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농촌건강장수마을 거주자 25명과 도시지역 거주자 44명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장수마을 거주자들의 유산균 비율이 도시 거주자들에 비해 3~5배 높았다. 건강에 해로운 유해균은 도시 거주자에서 비교적 높은 분포를 보인 반면, 장수마을 거주자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산균 제품 똑똑하게 골라야
식약처에 따르면 유산균 제품 시장은 2013년 804억원에서 2015년 1579억원으로 성장했다. 시장이 커진 만큼 제품 부작용 신고 건수도 늘었다. 2014년 식약처에 보고된 유산균 제품 관련 신고 건수는 355건에 달한다. 현재까지 보고된 유산균의 부작용으로는 복통, 설사, 복부팽창, 알레르기 등이 있다.
100억 마리 먹어야 효과
유산균을 함유한 제품으로 발효유, 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 등 다양한 것들이 나와 있다. 이런 제품을 통해 유산균의 효능을 제대로 보려면 제품 속 유산균의 수를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유산균은 50억~100억 마리를 섭취해야 효과가 있다.
제품 속 유산균의 장내 생존력도 중요한데, 이런 사항을 표기한 제품은 없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는 알기가 어렵다. 유산균의 장내 생존력은 유산균의 종류와 제조사의 유산균 배양 공정 등에 따라 달라진다.
유산균 함유 일반의약품은 유산균 수에 대한 기준이 없다. 100억 마리 이상 들어 있는 약품도 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과민성장증후군 개선, 배변활동 촉진, 장내 유해균 억제 등이 유산균 의약품의 대표적 효능이다.
유산균 건강기능식품은 보통 캡슐이나 알약 형태의 낱개 한 개당 10억~50억 마리가 들어 있으며, 하루에 2~3회 섭취도록 돼 있다.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거나 장염을 앓고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발효유보다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발효유는 한 병에 100~150kcal 정도의 열량이 있기 때문에 비만인 사람도 건강기능식품으로 먹는 게 낫다.
유산균 발효유에는 1mL당 보통 1억 마리가 들어 있다. 한 병(150mL)을 마시면 150억 마리의 유산균을 섭취하게 된다. 마시는 것보다 떠먹는 형태의 발효유 유산균 수가 조금 더 많다. 발효유를 마시면 유산균의 효능뿐 아니라 칼슘, 단백질 섭취 등 우유의 효과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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