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님행차
옛날에 여자들 희롱하기를 즐기는
양반이 하나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양 장안을 휘젓고 다니는 한량이었는데, 이번에 사천 고을 원님으로 관직을 부여받아
한껏 부푼마음으로 임지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거들먹거리며 길을 가던 원님은
강을 만나서 배를 타고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뱃사공이 젊은 여인이었습니다. 사천 원은 장난기가 발동해서 여인에게 말했답니다.
"내가 자네 배에 올라타니 기분이 그만이군." 여인의 얼굴이 빨개지자 사천 원이 실실 웃으며 물었다. "그래 남편의 성이 무엇인고?" "백서방이라오."
"어허 이런! 백서방을 모시려면 고생이겠군.
하나도 힘든데 백 명이라니 말이야. 하하."
그러자 여인이 말했다.
"그러는 댁은 뭐하는 분이오?" "나는 사천 고을 원이라네." "그래요? 댁의 마님도 참 안됐습니다." "아니 그건 왜?" "나야 백 서방뿐이지만 일 이천도 아닌
사천 원님을 모시려면 그 고생이 오죽하겠소?"
그러자 사천 원은 말문이 탁 막히고 말았다고 합니다.
마침 배가 건너편에 이르러서 사천 원이 배에서 내리자 여인이 소리쳤습니다.
"잘 가거라, 아들아!" "아니 아들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냐?" "아~ 내 배에서 나갔으니 내 아들이 아니오?" 사천 원은 다시 말문이 꽉 막힌 채 혀를 내두르고
말았습니다. '이야, 이거 시골 여인네가 보통이 아닌걸!' 그가 강을 건너서 길을 가노라니 앞에 웬 여인이 걸어가는데 치마 뒷편이 풀어져서 속치마가 보였답니다.
그가 침을 꼴깍 삼키며 말을했지요.
"여보슈, 거 뒷문이 열렸습니다 그려."
그러자 여인이 얼른 치마를 수습하면서 한 마디를 했답니다. "어마!, 개가 안 짖었으면 도둑 맞을 뻔했네!" 사천 원은 졸지에 강아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거 정말 만만치 않은걸.' 그가 다시 길을 가는데 어느 집 울타리 안에서
젊은 여자가 세수한 물을 길바닥에 쭉 뿌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사천 원이 다시 농짓거리를 붙였지요. "야, 그 여인네 아랫물 한번 걸쭉하구나."
그랬더니 그 여자가 사천 원을 쓱 쳐다보면서 말하였습니다. "내 물이 좋긴 좋군. 별난 어린애가 생겨나서 떠드는걸 보니..." 사천 원은 그 말에 완전히 나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이구, 여기서 함부로 여인네를 희롱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구나.' - 퍼온 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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