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련(許鍊) 작 / 완당선생 초상
완당(阮堂). 추사(秋史). 예당(禮堂). 시암(詩庵). 과파(果坡). 노과(老果). 외에
차를 무척 좋아하여 다로(茶老). 고정실주인(古鼎室主人).
승설차 이름을 본 딴 승설학인(勝雪學人) 등 많은 호를 가지고 있는
서화가이자 문신인 김정희.
추사는 30살에 다산의 아들 유산의 소개로 동갑인 초의를 만나
친교를 두터히 하며 지내며 초의로 부터 해마다 차를 얻어 마셨다 한다.
추사가 제주도에 귀양을 갔을 때
초의가 제주도로 찾아가 같이 지내며 차나무도 심고 참선을 하였다.
추사는 쌍계사의 만허스님에게서 차를 얻곤 했는데
추사의 차 끓이는 솜씨는 일품이었다고 전해진다.
차를 즐기던 그는 차로 인해 학문과 예술의 경지가 한층 더 승화되었다.
신위가 추사와 자주 왕래를 했는데
추사는 이름난 차를 새로 끓일 때 마다 시동을 시켜
신위에게 차를 한 사발씩 보내고 했는데
어느날 차를 보내준 뒤 뒤따라 신위에게 갔다.
추사가 소매에서 시가 적힌 글을 꺼내 신의에게 보여주자
" 당신의 시상이 민첩하고 기묘하여 차를 끓이는 사이에
시 한수를 짓는구려.."
추사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 정말 그렇습니다.
풍로에 부채질 하는 동안 갑자기 지은 시랍니다.."
이렇듯 추사의 시를 짓는 재능 또한
차 끓이는 솜씨에 못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추사의 행서 대련,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靜坐處茶半香初 [정좌처다반향초]
고요히 앉았노라면
차가 한창 익어 향기가 나기 시작하는 듯하고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듯하네.
靜座處(정좌처)란 고요히 앉아 명상을 하는 자리요
妙用詩(묘용시)란 靜(정)에서 動(동)으로 바뀐 상황을 말하며
水流花開(수류화개)란 물 흐르고 꽃이 피듯 자연스러움을 말함이다.
이때의 꽃이란 석가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꽃을 화두로 제시했을 때
많은 제자들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끙끙대는데
오직 가섭이라는 제자 혼자 미소로서 답을 대신하는지라
법통을 잇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꽃이 열림은 득도의 경지를 뜻한다고 한다.
이 시는 정좌처와 묘용시,
그리고 다반향초와 수류화개가 서로 대를 이룬다.
대라 함은 대귀, 또는 대구를 말함인데
근체식 한시에 적용이 되는 것으로
홀수구와 짝수구가 서로 반대가 되거나, 비슷하거나
또는 공통점이 있는 것을 말한다.
앞 구절은 道(도)의 體(체)에 해당이 되어
차가 있어 향기가 나는 마음상태를 말함이요,
뒷 구절은 道(도)의 用(용)에 해당이 되어
道(도)를 실현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경지와 같음을 말한다.
물은 가만히 두어도 낮은 대로 흐르고
꽃은 때가 되면 피는 것으로
도라는 것은 억지로가 아닌 자연의 순리 그대로 흐르는데 있다는 것이 된다.
추사는 차생활을 통하여 지고한 예술의 세계를 창조하여
걸출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고
나름대로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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