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와 모자}
강추위엔 ‘모자보다 목도리가 우선’
호흡기에 가까워서 특히 청결해야
강추위가 몰아칠 때 집 밖으로 나서려면 모자, 목도리, 장갑, 귀마개,
마스크를 고루 갖추는 것이 좋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건강 전문가들은 첫째 목도리, 둘째 장갑이라고 말한다.
경희의료원 신경과 윤성상 교수는 “모자와 목도리 중 하나만
고르라면 목도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주 추울 때 밖으로 나가면 ‘머리가 시리다’며 외부 공기에
노출된 머리를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며
“그러나 뇌 부위는 자율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반면 목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목이 보온에 특히 중요한 것은 이 부위가 추위에 민감할 뿐 아니라,
이곳에는 뇌로 올라가는 굵은 혈관 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혈관이 수축되면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그러면 노약자의 경우 뇌중풍 같은
치명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강추위에 머리가 아픈 증세를 느낀다면 뇌중풍의 경고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는 곧바로 실내로 들어와 방한 장비를 갖추거나
아예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거 체온의 40~45%가 머리를 통해 손실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고,
‘머리를 통한 체온 손실’이 상식처럼 믿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으로 밝혀졌다. ‘영국 의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다른 신체 부위보다 머리를 통해 더 많은 체온이 손실된다는 증거는 없다. .
▶ 심장에서 멀수록 추위 많이 탄다.
목과 더불어 강추위에 약한 부위는 심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몸의 말단부, 즉 손, 발, 귀, 코 등이다. 경희의료원 피부과 김낙인 교수는
“심장에서 먼 말단 부분은 따뜻한 동맥혈이 잘 오지 않고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동상에 걸릴 위험이 높다”며 “혈액이 말단까지 잘 이동할 수 있도록
장갑을 끼고 두꺼운 양말을 신어 따뜻하게 보호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병이나 내분비질환, 동맥경화증 환자는 말단의 혈액 순환이
더욱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겨울철 액세서리를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 목도리는 청결이 중요
목도리는 다른 의류에 비해 세탁을 소홀히 하기 쉽다. 하지만 호흡기와
가까운 곳에 있는 물건이라 청결이 중요하다. 세균, 감기 바이러스나
독감바이러스 등이 그대로 호흡기로 들어와 알레르기, 감기, 천식 등을
유발하기 쉽다. 특히 집먼지진드기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원인물질이다.
습하고 따뜻하며 먼지가 많은 목도리, 옷, 이불, 소파 등에서
잘 번식하고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진 비듬 등을 먹고 산다.
모자 쓰는 것은 큰 補藥이다.
모자를 쓰는 것은 ‘밥솥 뚜껑’과도 같은 기능이 있어 건강관리에 매우 유용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주변 사람에게는 물론 특히 고령자에게 모자를 즐겨 쓰라고 권장합니다.
지난 2011년 10월 31일은 인류 역사에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필리핀에서 ‘70억 명 째 가족’을 맞이했다는 소식이 사진과 함께 외신을
타고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이슈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품에 안긴 귀여운 ‘70억명 째 꼬맹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마치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특히 예쁜 털실로 짠 캡을
쓰고 있는 꼬맹이가 정말 귀여웠습니다.
그때 문득 병원 신생아실에서 ‘꼬맹이’들이 캡을 무슨 유니폼처럼
쓰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언제부턴가 이런 ‘풍경’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신생아에게 캡을 씌우는 것이 참으로 진일보한 사려 깊은 의학적
조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생아는 체온 조절 기능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라
체온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른의 경우 얼굴을 포함한 머리(頭部)의 표면적이 몸 전체의
약 12퍼센트 미만을 차지하는 데 비해 유아의 경우에는 25퍼센트를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머리 부위를 통해 체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생아에게 캡을 씌우는 것은 체온을 일정 하게
유지관리 하는 현명한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의외로 중절모 같은 모자를 쓰는 것을 그다지 탐탁지 않게
또는 쑥스럽게 여기는 듯싶습니다. 그래서인지 겨울바람이 쌩쌩 부는 날에도
‘맨머리’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젊은 층들은 야구 모자를 비롯한 ‘운동모’를 쓰고 강의실이나 식당을
스스럼없이 출입하는데, 중년층에게서는 중절모 같은 모자를 쓰는 경우가
아주 드뭅니다. 여기에는 모자를 쓰면 탈모를 촉진한다는 미신이 의외로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실은 나이가 들수록 모자를 쓰는 게 바람직한데 말입니다.
심장병 전문의들은 겨울철 외부 기온이 5°C 내려가면 심근경색증 발병률이
5% 상승한다며 겨울철 체온 관리에 유의할 것을 강조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의 신경 내외과 전문의들 뇌출혈 예방 차원에서
‘겨울철 모자 쓰기’를 캠페인 수준으로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 아침에 고령자들이 문밖에 있는 조간신문을 가져오려고
아무 생각 없이 잠깐 나갔다가 뇌졸중 같은 ‘큰일’을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고령자들의 뇌 속에 있는 ‘체온 관리 센터’가 옥외의 찬 공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심장에서 ‘먼 곳’에 있는 사지의 혈관을 비롯한 모든 혈관이
갑자기 수축됩니다. 그 결과 혈액을 한꺼번에 심장으로 보내는 현상이
일어나고, 이것이 심장 쇼크(shock)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여러 임상적 관찰에 따르면 추운 겨울철에 모자를 쓸 경우에는 그
렇지 않은 때에 비해 몸 전체의 체온에 약 2°C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내복을 입은 것과 맞먹는 보온 효과입니다.
즉 모자가 머리 부위를 통해 생길 수 있는 탈온(脫溫) 현상을 충분히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겨울철에 모자를 쓰는 것이
건강관리에 좋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특히 고령자 에게는 웬만한 보약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자를 쓰지 않은 ‘맨머리’는 뚜껑 없는 밥솥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필자 이성낙 : (현)가천의과대 명예총장.
뮌헨의과대학 졸업, 프랑크푸르트대학 피부과학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아주대학교 의무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