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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 부족하면 두통, 소화불량, 간질발작, 사망에 이를 수도

도솔9812 2015. 9. 27. 10:54

나트륨 부족하면 두통, 소화불량, 간질발작, 사망에 이를 수도

 

  요즘 인터넷상에서 소금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맛 칼럼리스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시작했다. 이 칼럼리스트는 “천일염을 물에 풀어 한나절 두면 그릇 안에 소금과 검은 불순물이 담겨 있다”며 천일염이 더럽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이 화제가 되자 천일염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발끈했다.
 
목포대학교 내에 있는 천일염연구센터 관계자는 “천일염은 더러운 소금이 아니라 건강에 오히려 좋은 소금인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일반인들의 소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금은 설탕, 밀가루와 함께 기피해야 할 ‘3백(白)’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왠지 ‘소금을 덜 먹는다’고 하면 건강을 챙기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소금은 인체에 나쁜 식품일까. 천일염은 더러운 소금일까, 몸에 좋은 소금일까.
    
  꼭 먹어야 하는 소금 vs. 안 먹어도 되는 설탕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소금은 나트륨과 염소의 화합물로, 화학명은 염화나트륨(Nacl)이다. 소금은 크게 정제염과 암염(巖鹽), 천일염으로 나뉜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전기분해 해서 염화나트륨을 얻은 뒤 불순물을 제거한 소금이다. 성분의 99.8%가 염화나트륨뿐인 고염도 소금이다.
 
암염은 과거 바다였던 곳이 육지로 변하면서 바닷물이 화석처럼 굳은 소금이다. 천일염은 갯벌에 바닷물을 가두어 햇빛, 바람 등으로 수분을 자연 증발시킨 소금이다. 염도가 80% 정도로, 정제염에 비해 훨씬 덜 짜다. 소금은 생존과 연결되는 절대 조미료다. 권용욱 AG클리닉 원장의 얘기다.
 
  “소금에 들어 있는 나트륨은 세포대사 작용, 신경 자극의 전달, 근육 수축, 체액 균형 등 신체 대사와 유지에 가장 기본적인 요인 중 하나입니다. 소금, 즉 나트륨이 없으면 신체는 대사와 체액 균형, 산·염기 균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체내에 소금이 부족하면 어떻게 됩니까.
 
  “소금의 요소인 나트륨이 부족하면 두통, 구역질, 의식장애, 간질 발작 등이 일어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릅니다. 소금에 들어 있는 염소는 위액 속의 염산 원료가 됩니다. 염산이 없으면 위액의 산도가 저하되기 때문에 식욕과 소화력이 떨어지고 철분 흡수가 안 돼 빈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소금은 설탕, 밀가루와 함께 기피해야 할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소금입니다. 설탕과는 다릅니다. 설탕은 맛이 좋지만 소금과 달리 전혀 먹지 않아도 되는 식품입니다. 설탕은 당 지수가 높아 비만의 원인이 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밀가루도 쌀에 비해 당 지수가 높아 비만의 원인이 되고,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한국인 중에는 밀가루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도 ‘덜 짜게 먹기’ 운동이 한창인데요. ‘덜 달게 먹기’ 운동은 없잖습니까.
 
  “정상적인 식사를 하면 소금이 부족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뇨제를 사용하거나 구토, 설사, 화상, 극단적 무염식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체내에 소금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이지, 소금을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서해안은 세계 5大 갯벌 중 하나
 
  요즘은 소금이 흔한 자원이 됐지만,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소금은 귀중한 존재였다.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Salary)는 옛날 로마에서 봉급을 소금으로 준 사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종종 어른들은 후배들에게 ‘소금이 되어라’고 말한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몸담고 있는 어느 곳에서든 꼭 필요한 사람, 기둥이 되라는 얘기다. 이처럼 소금은 소중하고 고귀한, 꼭 필요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하지만 소금을 식용(食用)으로 사용하는 것은 일부다. 함경식(咸景植) 목포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소금 이용량은 약 2억 톤. 이 중 85%는 공업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국내에서 사용한 소금(359만 톤) 중 식용은 전체의 17%(61만 톤)뿐이었다. 공업용으로 이용하는 소금은 표백제, 유리제조, 합성고무 생산, 가죽제품 생산, 가축 사료, 생리식염수 등에 쓰인다.
 
  식용 소금은 앞서 말한 바닷물을 전기분해 한 정제염과 갯벌에 바닷물을 가둬놓고 수분을 증발시킨 천일염이다. 정제염이 과학의 기술로 얻어지는 것이라면, 천일염은 일일이 사람 손이 가야 하는 작업이라 까다롭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천연 갯벌 염전이 조성돼 있다. 특히 한국 천일염의 82%를 신안, 영광 등 전라남도 서해안에서 생산한다.
 

 
  적당한 비·햇빛·바람
 
  박형기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 회장은 “1년 중에 천일염을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은 4월 말부터 9월 말까지”라며 “9월 말부터 다시 돌아오는 4월까지는 논밭을 갈아 엎듯이 염전을 갈아 엎고 다지는 준비 기간”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말하는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썰물 때 저수고에 바닷물을 가둔다. 그리고 각 염판으로 연결된 수로에 바닷물을 공급하고, 논에 물을 대듯이 1단계 증발지를 채운다. 이때 바닷물 염도는 2 정도다. 이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지면 2단계 증발지로 보내고, 마지막에 결정지로 보낸다. 증발지 바닥은 대부분 갯벌로 돼 있고, 결정지 바닥은 단단한 흙이나 검은색 장판으로 돼 있다.
 
결정지 바닥이 흙이면 ‘토판염’, 장판이면 ‘장판염’이라고 한다. 이렇게 함수(鹹水·증발이 된 바닷물)가 소금이 되기까지 통상 25일이 걸린다. 이후 하루 만에 소금을 수확한다. 이번에 맛 칼럼리스트가 ‘천일염이 좋지 않은 소금’이라며 예로 든 ‘비닐 장판 사용’은 이때다. 박형기 회장의 얘기다.
 
  “우리나라 염전에서 비닐 장판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염전도 진화했습니다. PVC 장판이 나쁘다고 해서 친환경적인 PE나 PT 타일로 교체를 했습니다. 일부에서 소금을 거둘 때 비닐 장판이 찢어져 같이 섞이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는 염전에서 천일염을 채취하는 과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입니다.”
 
  ―좋은 천일염의 생산 조건은 뭡니까.
 
  “국내 총 천일염 생산량은 28만~38만 톤으로 들쭉날쭉합니다. 그 이유는 천일염 채취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입니다. 적당한 비, 적당한 햇빛, 적당한 바람이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대다수의 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사업의 채산성이 맞지 않아 염전을 폐전키도 했습니다. 국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준영 전 지사, 염전 사업 적극 지지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과 김치.
  실제로 우리나라 염전업계는 부침이 있었다. ‘소금’이 ‘소금’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염관리법(1963년)을 시행하면서 천일염을 광물로 분류했다. 식품으로 대우받지 못한 것이다.
 
  다자간 무역협상 체결(1993년)로 소금 수입을 자유화하면서, 국산 소금이 외국산에 밀리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소금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해 한때 ‘폐전 염전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전라남도 도청 관계자의 얘기다.
 
  “염전 사업은 인건비가 과도하게 드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소금 수입을 자유화하면서 값싼 외국산 소금이 물밀듯 들어오자 점차 사양화돼 폐전하는 염전에 대해 정부가 금전적 지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흐름이 바뀐 것은 박준영(朴晙瑩) 전(前) 전남지사가 부임(2004년)한 이후였습니다.”
 
  ―어떻게 달라졌나요.
 
  “박 전 지사는 전남의 염전을 키워 국제적인 천일염을 생산하겠다고 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천일염을 식품 첨가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정제염은 전기분해를 통해 거른 99.8% 순도의 염화나트륨이다 보니 왠지 ‘깨끗하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반면 뻘에서 얻은 천일염은 색깔부터 흙빛으로 막연하게나마 ‘깨끗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식품에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천일염이 식품에 적합하다는 여러 결과들이 나오면서 지난 2008년 1월에 식품위생법을 개정했습니다. 간장, 된장 등에 천일염을 식품 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천일염 사업이 활발해졌습니다.”
 
  ‘소금 연구만 30년’을 했다는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朴健榮) 교수는 과거에 천일염을 식품으로 사용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여전히 안타까워하는 사람이다. 박 교수의 얘기다.
 
  “과거에는 정말 비(非)과학적으로 천일염을 평가했습니다. 식약처에서 소금을 담당했던 시절에는 ‘바닷물이 오염돼 있으니까, 깨끗한 소금을 얻지 못할 것이다’ ‘소금을 장판 위에서 채취하는데 그 장판을 어떻게 깨끗하다고 믿을 것이냐’ 등 막연한 생각으로 천일염을 식품에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천일염을 과학적으로 실험해 보니까 막연한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어떻게요.
 
  “천일염에 중금속도 없고, 발암물질 조사에서도 안전성이 입증됐습니다. 더구나 된장, 김치 등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과 정제염은 영 맞지가 않았어요. 된장, 김치의 핵심이 소금입니다. 염화나트륨만 들어 있는 정제염으로 된장을 담그면 미생물이 발효가 잘 안 됩니다. 김치 배추 조직은 물러지고요. 그런데 천일염으로 장을 담그니까 염화나트륨 이외의 나머지 미네랄 등 성분이 발효를 돕는 겁니다.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 수치적 데이터가 속속 발표되면서 우리나라 천일염의 가치가 알려졌고, 당연히 식품 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습니다.”
    
  “천일염을 굽거나 죽염으로 만들면 항산화(抗酸化) 능력 증가”
 
  실제로 소금을 취재하면서 정제염과 천일염을 공통으로 연구하는 이들을 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정제염을 연구한다는 학자는 찾기 어려웠다. 한 대학교수는 “정제염은 바닷물을 전기분해 한 염화나트륨이 전부이기 때문에 연구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천일염을 연구하는 학자, 단체는 꽤 많았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천일염이 우수하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염화나트륨 덩어리(99.8%)인 정제염과 달리 염화나트륨이 80%인 천일염의 나머지 다른 성분 때문이다. 함경식 목포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의 얘기다.
 
  “전 세계 유명 소금 60종을 수집, 분석해 미네랄 성분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소금이 염화나트륨만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미네랄이 있는 제품은 프랑스의 게랑드산 소금과 한국의 천일염 정도였습니다. 천일염에는 미네랄이 4~6% 들어 있습니다.”
 
  ―미네랄이 있으면 뭐가 달라집니까.
 
  “여태까지 소금 연구 결과 미네랄이 없는 소금을 섭취하면 활성산소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염증 반응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미네랄 소금을 섭취하면 활성산소 발생이 적고 이에 따른 세포손상, 염증 반응이 적어 이를 국제학술지인 《Food Sci.&Biotechnol》(2014년)에 게재했습니다. 활성산소와 염증 반응이 관계한 모든 질병에 천일염 미네랄이 우수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또 뭐가 좋습니까.
 
  “천일염을 굽거나 죽염으로 만들 경우 항산화 능력이 증가한다는 논문을 같은 국제학술지에 2015년 발표했습니다. 죽염이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고, 청각 세포를 보호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한국 천일염, 佛게랑드 소금보다 미네랄 많아”
 
  ―하지만 미네랄을 소금을 통해서만 섭취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물론 미네랄이 해조류에 많이 있고, 식품을 통해서도 섭취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미네랄이 결핍됐다’는 신문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잖습니까. 천일염을 연구하는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소금 역시 미네랄이 들어 있는 소금을 선택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현대인에게 미네랄이 부족한 첫 번째 원인으로 수세식 화장실의 보급을 꼽습니다. 예전에는 인간의 배설물이 농산물에 비료로 쓰여 인간에게 다시 오는 순환이 됐지만,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되면서 미네랄 순환이 끊어졌습니다. 비료를 사용할 때 주로 질소·인·칼륨만을 주면서 다른 미네랄을 주지 않고 계속 농산물을 재배해, 농토에 미네랄이 고갈되고 농산물에도 미네랄 함량이 적게 되는 원인이 됐다고 봅니다. 또 선진국일수록 인스턴트 식품 등 가공식품, 정제된 식품의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식품의 가공 과정에는 세척 과정이 포함되는데 이때 수용성 미네랄의 손실이 생깁니다. 이왕이면 소금을 먹을 때에도 미네랄이 있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천일염이 프랑스 게랑드산보다도 미네랄이 많다고 하셨습니다만.
 
  “수치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예를 들어 호주, 멕시코 등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은 같은 해수로부터 만들지만 미네랄 함량이 낮고 염화나트륨 함량이 높습니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 역시 한국산과 마찬가지로 갯벌 염전에서 생산하는데 미네랄 함량이 높습니다. 아마 갯벌의 영향으로 이들 두 곳에서 생산한 소금에 미네랄이 많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실제로 천일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속적으로 천일염의 효과에 대한 콘퍼런스를 해왔다. 함경식 목포대 교수는 ‘천일염과 건강에 관한 국제심포지엄’(2006년 9월)에서 “한국산 천일염이 세포의 산화적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한다”고 발표했다.
 
  후지모리 일본 쓰쿠바대학 교수는 “한국산 천일염의 구운 소금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박건영 부산대 교수는 “정제염으로 제조한 발효식품은 화학적 보호 효과가 낮았지만, 천일염으로 가공한 발효식품은 화학적 보호 효과가 높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양호철 박사는 ‘한국산 천일염과 외국산 천일염의 성분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 산하에는 ‘우수천일염생산기준’이 있다. ‘바닷물은 수소이온농도 6.6~8.5, 총대장균군 1000 이하, 갯벌 및 염전의 토양은 구리 150mg/kg, 비소 25mg/kg, 카드뮴 4mg/kg 등’이다.
  
    소금 카페
 
태평염전이 서울 대학로와 압구정동에 연 소금 카페 ‘화이트 시크릿’.
  천일염을 비단 식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의도 면적 2배 넓이에 염전을 하고 있는 국내 최대 염전회사인 ‘태평염전’은 최근 서울 혜화동의 대학로와 강남 압구정동에 소금 카페 ‘화이트 시크릿(White secret)’을 오픈했다. 말 그대로 ‘천일염’을 주 원료로 하는 공간이다.
 
이곳의 베스트셀러라는 3년 묵은 천일염을 설탕 대신 넣은 ‘쏠티 라테’는 달달했다. 그냥 설탕을 넣은 라떼와 비교해 볼 때 짭짤한 단맛이었는데, 뒷맛이 훨씬 깔끔했다. 벽면과 천장은 모두 회색빛의 천일염을 벽 마감재로 사용해서, 바닥에 소금 가루가 떨어진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하 1층에선 천일염으로 만든 화장품과 샴푸를 판매 중이었고, 곳곳에 ‘소금 힐링 룸’이라는 명패의 단독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힐링 룸’에 들어가 보니 짭조름한 박하향 같은 산뜻한 공기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손일선 ‘태평염전’ 회장은 “프랑스와 이태리,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천일염을 식용 이외에 화장품, 치료제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뒤, 천일염을 3차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얘기다.
 
  “지난 2005년에 식약청 사람들과 같이 프랑스 게랑드 염전을 방문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니까 엄청 깨끗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함수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마지막 날인 25일째 그 사람들이 토판에서 소금을 긁으니까, 개흙이 같이 섞여 들어갔습니다. 한눈에 봐도 우리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더군요. 제가 ‘국민들이 저렇게 개흙이 들어간 제품을 먹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프랑스 사람이 저희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더군요. ‘수천 년 먹어 왔다’면서요. 프랑스의 자연주의를 몸소 체험했습니다. 이후에 이태리, 독일 등지를 둘러보면서 이들이 추구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천일염은 더럽다?
 
‘화이트 시크릿’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소금 제품들.
  ―어떻던가요.
 
  “유럽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환경의 시간에 따라 기다리고 여유있는 삶을 추구했습니다. 가령 조금 흙이 섞여 있더라도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겠다는 식이었습니다. 독일에는 ‘소금 카페’ 형태의 공간이 이미 있었습니다. 나중에 돌아와 알아보니 천일염과 일부 미세소금이 항균력과 항산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천일염이 방출하는 음이온과 원적외선으로 호흡기 질환이 줄고, 심리적인 불안증이 해소되더군요. 천일염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 수년간 매달렸습니다.”
 
  손 회장의 의지로 시작한 일이지만, 천일염으로 어떤 상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이곳을 직접 운영하는 서민정 대표는 “화장품 중에서도 천일염의 효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느라 숱한 실험을 했다”며 “천일염과 함초, 다른 천연 재료를 섞는 등 여전히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말한 ‘개흙’이 이번에 맛 칼럼리스트와 천일염 연구자들이 정면으로 충돌한 부분이다. 맛 칼럼리스트는 “천일염은 불순물이 포함돼 있어서 더럽다”고 했다. 천일염 전문가들 역시 천일염이 정제염만큼 깨끗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함경식 목포대 교수의 얘기다.
 
  “천일염은 야외에서 채취하다 보니 갯벌 성분을 100%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0.15%의 소금 이외 성분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이 0.5%까지 허용하는 것과 비교해 보자면, 현격하게 낮은 수치입니다. 갯벌 혼입으로 인해 식용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권용욱 원장의 얘기다.
 
  “천일염에는 칼륨, 마그네슘, 칼슘, 아연, 황 등의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칼륨이나 마그네슘, 칼슘 등은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염화나트륨만 있는 정제 소금보다 좋은 물질임은 분명합니다. 과일의 좋은 성분이 대부분 껍질에 있기 때문에 껍질째 먹는 것이 좋지만, 농약을 생각한다면 깎아 먹는 것이 낫다고들 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
 
  불순물이 전혀 없지만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은 정제염을 먹을 것인가, 건강에 좋지만 먹어도 해가 없는 정도의 불순물이 섞여 있을 수 있는 천일염을 먹을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