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 안 됩니다
건강한 노인도 엉덩이뼈 부러지면,
주부 김수연(37·서울)씨는 얼마 전 혼자 사는 모친(65)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졌다는 소식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버지도 2년 전 계단에서 미끄러져 고관절이 부러졌다.
그뒤 아버지는 입원 두 달 만에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혈압이 약간 높을 뿐 건강 체질이었는데 낙상 합병증으로
다행히 어머니는 다리뼈에 금이 간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거동이 힘들어 간병인을 고용한 상태다.
[자료=대한노인재활의학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만성질환 관리 잘해도 낙상 당하면 도루묵
노인 낙상은 이제 개인 삶의 질을 떠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낙상으로 사망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83만여명이다. 교통사고에 이어
노인 사고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한다.
전체 사망원인으로는 암에 이어 5위다.
강성웅 대한노인재활의학회 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암·혈압·당뇨병을 아무리
어떻게 보면 만성질환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추운 11월과 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낙상의 이유로는 바닥이 미끄러워서(25%), 문이나
보도의 턱에 걸려서(17.9%), 어지러워서(17.9%)가
가장 많았다.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는
"안방에서 아침 또는 낮잠을 자고 일어날 때 손을
화장실에서는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떨어진 물건을
근육 10%씩 감소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무릎 허리 엉덩이(고관절)·
어깨 발목·머리 순이었다. 하지만 어느 부위를
다쳤느냐에 따라 사망으로 이어지는 정도가 달랐다.
김미정 교수는 "낙상을 당하더라도 팔·손목 등
상지부위가 부러진 정도면 생명에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다. 하지만 하지 쪽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걸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중현 교수
"다리가 부러졌을 뿐인데 두세 달 만에 돌아가실
정도로 상태가 악화한다는 사실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노인은 젊은이와 달리 하루만
누워 있어도 근육 손실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근육 소실이 왜 생명을 위협할까. 근육 감소는
35세부터 완만하게 일어나다(매년 0.7%씩) 60세부터
그래서 평균 80세의 근육은 60세의 절반 정도다.
그런데 낙상으로 입원하면 근육을 자극하는 활동이 없어
"입원환자의 근육은 일주일에 10%씩 이상 감소해
한 달을 누워 있으면 입원 전에 비해 50%가 준다”
일어날 수 없다. 근육이 소실되면 몸에 큰 변화가 생긴다. 혈액과
수분이 몸통으로 집중되면 기관에 과부하에 걸린다.
견디지 못해 이상을 일으킨다. 혈관과 내장기관,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수순이다.
박중현 교수는 "70세 이상 노인에게 낙상 후
"특히 엉덩이뼈나 고관절이 부러지면 누워 뒤척일
수조차 없어 대부분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대한노인재활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을
당한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1년 내에 사망했다.
여성은 뼈가 약해 낙상 빈도가 높고, 사망률은 남성이 높아 특히 여성 노인은 낙상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비해 낙상 빈도와 골절 빈도가 모두 두 배가량 높았다.
고대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휘 교수는 “똑같은
낙상이라도 남성 노인은 멀쩡한데 여성 노인만 뼈가
‘똑’ 부러지는 사례가 많다”며 “이는 골밀도를 유
지시키는 여성호르몬이 50대부터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관절염과 빈혈·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도
반면 낙상에 의한 사망은 남성이 더 많다. 김동휘 교수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 후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남성 노인에게서 심장병·고지혈증
패혈증도 더 빨리 진행된다.
강 이사장은 낙상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낙상 발생률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도 "노인 낙상은
자신 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들에게도 큰 걱정과
예방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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