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짇날(음력 3월 3일)
이 무렵엔 들판에 나가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겼기 때문에 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그 수가 크게 줄었지만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날이다.
꽃샘추위가 아직 남았지만 이즈음엔 산야에
냉이·달래·씀바귀 등 봄나물이 새싹을 틔우고
개나리·진달래 등 봄의 전령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삼짇날 절식으론 진달래화전·진달래화채·탕평채·수면 등이 있다.
조선시대 임금은 이날 왕실의 정원인 비원에서
진달래(두견화)를 따 화전을 지졌다.
먼저 가묘에 바치고 모든 사람이 즐겨 먹었다.
●한식(寒食,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
설날·단오·추석과 함께
제사·성묘를 하는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다.
술·과일·포·식혜·떡·국수·탕 등의
음식을 차려 성묘를 하고 제사를 지낸다.
한식은 대개 청명(淸明)일과 겹치거나 그 다음날이다.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오십보백보란 의미)란 속담이 나온 까닭이다.
이날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것은 오래된 풍습이다.
그래서 한식(寒食)이다.
찬 음식을 먹는 연유는 중국 춘추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晋)나라의 충신 개자추가 간신으로 몰려
그의 어머니와 함께 면산에 숨어 살았다.
후에 누명이 벗겨져 조정에서 그를 다시 불렀으나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를 하산하게 하려고 산에 불을 놓았는데 그만 불에 타 죽었다.
이 충신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더운 밥을 삼가게 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한식의 절기 음식은 쑥떡·쑥탕(쑥국) 등 쑥을 재료로 한 음식이다.
●단오(端午, 음력 5월 5일)
양(陽)이 성(盛)한 날이다.
대표 음료는 제호탕,
절기 음식은
수리취떡(차륜병)·도행병·도미면·준치만두·앵두편·앵두화채 등이다.
‘제왕의 음료’라고 불리는 제호탕은 뛰어난 맛·약성을 지녔다.
한방에선 땀을 많이 흘려수릿날·천중절·중오(重午)절·
단양(端陽)이라고도 불린다.
이날은 기력이 쇠진해진 사람에게 권한다.
마시면 금세 갈증이 풀리고
가슴 속이 시원해지며 입안에서 향기가 오래 간다.
서민은 단옷날 앵두화채를 즐겨 마셨다.
‘썩어도 준치’(낡거나 헐어도 가치 있는 것을 가리킨다)란 속담 때문에
널리 알려진 준치로 국·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붕어찜·도미찜 등 생선 요리도 단오의 절식이다.
●유두(流頭, 음력 6월 15일)
소두(梳頭)·수두(水頭)라고도 한다.
소두란 머리를 감는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은 이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았다.
또 유두면(流頭麵)을 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유두면은 유둣날 만들어 먹는 밀가루 국수다.
이날 유두면을 들면
여름 내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유두는 물을 중시하는 명절이다.
물은 부정(不淨)을 씻는 것을 의미한다.
유둣날 탁족(濯足) 놀이를 즐겼는데
단순히 발을 씻는 것이 아니라
심신을 정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삼복(三伏, 음력 6~7월에 든 초복·중복·말복 등 세 번의 절기)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초복·중복·말복을 통틀어 삼복이라 한다.
삼복은 양기가 성한 날이다.
조선 선조 때의 학자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엔
“복날은 양기에 눌려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기술돼 있다.
우리 선조는 삼복을 더위에 지쳐 허해진 몸을 보하는 날로 여겼다.
복날 보양을 위한 음식 재료로
널리 쓰인 것은 개고기·닭고기·민어·팥 등이다.
개장국(보신탕)·계삼탕(삼계탕)·육개장·민어탕·팥죽·
임자수탕(깻국탕)·호박 지짐·호박밀전병 등이 대표적인
복달임 음식이다.
●칠석(七夕, 음력 7일 7일)
견우·직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더 유명한 날이다.
이날 저녁엔 하늘을 보면서
동쪽의 견우성과 서쪽의 직녀성이
까치와 까마귀가 놓은 은하수(오작교)에서 만나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상상해도 좋다.
이맘때 늦더위를
우리 조상은 복숭아화채·수박화채를 즐기면서 이겨냈다.
과일 화채는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고
비타민·미네랄을 보충하는 데 그만이다.
밀전병·밀국수 등도 칠석의 절식이다.
음력 7월은 농가에서도 쌀·보리가 거의 동날 시기여서
대신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써서 음식을 장만했다.
묽은 밀가루 반죽에 곱게 채썬 호박을 넣고
기름에 지진 것이 밀전병이다.
●백중(百中, 음력 7월 15일)
중원(中元)이라고도 한다.
일본인들은 신정과 더불어 백중을 2대 명절로 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요즘 거의 잊힌 명절이다.
이날 채소·과일·술·밥 등을 차려놓고 돌아가신 어버이의 혼을 불렀다.
그래서 망혼일(亡魂日)이다.
머슴날이라고도 불린다.
농사일로 수고한 사람들을 모아 술과 음식을 대접했기 때문이다.
백중의 절기 음식은
깻국탕(임자수탕)·민어 등으로 복날 음식과 대부분 겹친다.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석탄병은 이날의 대표 음식이다.
석탄병은 삼키기 아까운 떡이란 뜻이다.
겨울나기를 위한 채소 갈무리도 이 무렵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