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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면 얼마나 더 오래살까?

도솔9812 2014. 1. 13. 09:14
 

 

운동하면 얼마나 더 오래살까?

 

 

최호천 교수(서울의대)의 운동이야기

진시황제 아시죠? 기원전 259년부터 210년까지 생존한 진나라의 제 31대 왕이자 중국 최초의 황제로, 만리장성을 쌓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자신이 세운 제국이 영원불멸하기를 바라며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제는 자신의 불로불사를 위해 세계 곳곳으로 사람을 보내 불로장생의 약을 찾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불로불사를 갈망하던 진시황제는 당시 불사의 약이라고 알려진 수은을 먹고 겨우 49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지금의 의학상식으로 보면 어처구니 없는 건강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찾는다며 엉뚱한 곳을 헤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0여 년 전 시골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그곳 어르신들이 제가 드리는 약은 안 드셔도 꼭 챙겨 드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떠돌이 장사꾼이 팔던 정체불명의 [환] 이었습니다. 약이라고 하기에도 조악한 그 ‘환’ 은 자칫 진시황제가 먹은 수은처럼 오히려 몸에 안 좋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10년이나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요즘에도 진료를 하다 보면 정체불명의 [약(?)] 을 드시는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건강해 지기 위한 나만의 비결, 처방이 수은과 같은 독이라는 생각, 해보셨나요? 진시황제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몸에 근거도 없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진시황제 시대 혹은 그 훨씬 이전부터 지금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려는 인간의 욕심은 많은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장수무병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동시에 현대 의학 연구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조금씩 건강수명에 대한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데요. 최근 불로불사의 열쇠로 떠오르는 후보가 바로 [운동] 입니다.

갱년기 증상 외에는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53세 박건강씨. 앞으로도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고 싶다며 건강기능식품을 한 움큼씩 챙겨 먹는다. 주치의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박건강씨에게 운동을 권하였다. 
운동을 시작하고 며칠 후 내원한 박건강씨, 주치의에게 운동을 하니 피곤하다고 물었다. 그 말에 주치의는 “피곤한 것은 평소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것입니다. 1~2개월 꾸준히 하시면 오히려 피로감이 사라질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정말 주치의 말대로 운동을 계속하면 괜찮아 지는 것일까? 

박건강씨처럼 특별한 건강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주치의의 설명이 옳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점진적인 운동(slowly progressive exercise)을 하면 피로가 호전되고 활력이 생기지만, 운동을 전혀 안 하던 사람이 처음부터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근육통과 피로감이 생깁니다. 따라서 박건강씨의 상태는 운동능력이 향상되기 전에 높은 강도로 운동을 해서 피로감이 증가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운동 강도를 조금 낮추고 운동 전후에 5분씩 스트레칭을 하면 피로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주치의의 지시대로 강도를 낮추어 1~2개월 꾸준히 운동을 하니 피로감이 한결 줄고 운동에도 적응이 되었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에게서 활성산소 이야기를 들은 박건강씨, 다시 주치의를 찾아와 질문을 하였다.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가 많이 생겨 수명이 짧아진다는데, 정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운동을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습니다.”라는 주치의의 대답에 박씨는 다시 물었다. 
“그럼, 얼마나 운동을 하면 얼마나 더 오래 사는 건가요?” 말문이 막힌 주치의는 다음 방문 시 답해주겠다고 얼버무리고는 고민에 빠졌다. 과연 어떻게 얼마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바람직한 양과 방법으로 운동을 하면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사실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운동을 하면 만성병, 성인병에 덜 걸리고 암 예방도 되어서 궁극적으로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오래 산다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매일 15분~30분 정도의 운동으로 3~4년의 수명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운동의 강도는 땀이 날 정도의, 중간 이상의 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는 최근 발표된 운동의 수명 연장 효과에 대한 연구의 내용입니다. 건강한 성인 남성 20만 명과 여성 20만 명, 총 40만 명을 약 13년 간 관찰한 결과입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지만, 같은 아시아 인종인 대만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기존의 서양에서 이뤄진 연구에 비해 한결 더 신뢰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박건강씨처럼 53세에 운동을 시작한 경우에도 3~4년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대만 사람들의 기대 수명을 갖고 예측한 것이므로 한국인의 기대 수명과 차이는 있겠지만 그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개월 후 박건강씨가 방문하자, 주치의는 자신 있게 말했다. “15분에서 30분 정도 매일 운동하면 수명이 3~4년 정도 늘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박건강씨는 수긍하다가 “에이, 그 정도면 운동하는 시간만큼만 오래 사는 거잖아요?”라고 다시 질문을 하였다. 주치의도 순간 그런 것 같아 또 한번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계산을 해보면 박건강씨의 말은 틀렸습니다. 1주에 90분씩 50년 정도 운동을 하면, 운동에 소요하는 총 시간은 약162일(약 0.44년)입니다. 1주에 150분씩 운동을 하는 경우라면 약 270일(약 0.74년)이지요. 언제 운동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50년 간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2.5년~3.5년의 수명 연장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박건강씨처럼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곤 합니다. 운동을 하면 더 피로하다, 활성산소가 생겨 오히려 해롭지 않냐, 투자하는 만큼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 등등. 그리고는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운동만큼 좋은 불로초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진시황이 하루 30분씩 만리장성을 걸었더라면 혹은 불로초를 찾아 직접 몸을 움직이며 돌아다녔다면 49세의 나이로 사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검증되지 않은 불로불사약보다 이미 검증된 [운동]이라는 불로초를 드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신년에는 운동 안 할 핑계를 대는 대신 운동화 끈을 메고 움직여 보세요.